
인상적으로 들었던 Sion의 EP <eigensinn>. 이번에 sAewoo의 해체분석을 보고 정보를 더 얻고 싶어서 이것저것 찾다보니, 앨범 발매 이벤트로 itch에 게임이 올라왔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앨범을 즐기기 전에 이 게임을 즐기길 바랬을텐데, 내가 참 아쉬웠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즐길만한 컨텐츠가 남아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eigensinn by Beautiful Noise
Welcome to the world of eigensinn Play the game to get a sneak peak of Sion's next E.P. and exclusive content. 'eigensinn' explores the emotional and psychological state of a generation raised in an age saturated with media, algorithms, and social network
beautiful-noise.itch.io
게임은 마치 itch에 존재하는 게임보이 디메이크 게임들을 연상시킨다. 8-bit화된 앨범 수록곡들이 배경에 울려퍼지고, 투박하고 단순하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픽셀 아트는 디지코어와 하이퍼팝을 기반으로 한 EP <eigensinn>와 어우러지며 조화를 이룬다.

다른 길은 모두 막혀있고, Dialog가 이끄는대로 TV와 상호작용을 해 2D 플랫포머 세계로 향한다. 이 게임에서는 다행히 목숨에 제약이 없고, 플랫포머 스테이지에서는 나름의 개념 세이브까지 적용되어 있다. 이렇게 어떤 부분에서는 플레이어를 배려해주는가 하면, 이미 한번 TV 스테이지를 깬 이후에 TV와 다시 상호작용하면 해당 파트를 처음부터 다시 깨야하는 귀찮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 참으로 인디게임스러웠다. 2D 플랫포머 자체는 특별한 점은 없으나 특유의 점프 방식이나 관성 작용이 마치 고전 마리오 시리즈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이후로도 슈팅게임이나 미로찾기 등 여러 고전게임 스타일의 스테이지가 이어지고, 스테이지 마다 앨범 세계관과 관련된 간단한 스토리를 볼 수 있었다. 다만 이후의 스테이지들은 플랫포머 때가 가장 괜찮았다고 느낄 정도로 심히 조악하게 느껴졌다. 고전 게임 특유의 감성을 살리려고 했던 걸까? 아니면...
엔딩에 이르러서는 QR코드의 형식을 하고 있지만 인식이 되지 않는, 의도적으로 망가진 QR코드를 볼 수 있었다. 이것을 복원하는 것이 앨범의 ARG일까, 아니면 망가진 QR코드 자체가 앨범의 주제의식과 연결되는 장치일까? 해석은 언제나 하는 사람의 몫이다. 나는 일단 후자에 한표를 던진다.
리뷰를 마치며, 앨범의 홍보 컨텐츠로서 게임을 만든다는 기획 자체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보면 하이퍼팝이라는 장르 자체가 참 게임과 잘 어울리는데도, 이런 시도는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인디)게임과 (힙합)음악 두 가지 문화를 다 좋아하는 입장에서, 앞으로 이와 같은 기획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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