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마지막까지 시즌 1보다 2가 낫다.

 시즌 1의 결승전 주제는 '이름을 건 요리'였다. 요리사로서, 혹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이나 철학을 요리에 담아보라는 주제였다. 주제 자체는 결승전에 걸맞았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세미파이널에서 이미 '인생을 요리하라'라는 주제가 나와서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했고, 직전의 두부 요리 지옥 미션의 임팩트가 상당히 컸던 터라, 결승은 다소 심심했다는 평이 많았다. 이로 인해서 세미파이널 1차전에서 미리 결승전에 진출한 나폴리맛피아(권성준)보다 세미파이널 2차전에서 활약한 에드워드 리가 더 프로그램의 주인공처럼 여겨지게 되었고, 우승자가 에드워드 리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실제로 아직도 시즌 1 우승자인 권성준 씨와 관련해서 '1등도 잘한거야' 혹은 '아깝게 1등한 사람' 등의 댓글이 달리는 것은, 시즌 1 결승전에 대한 아쉬움에 공감하는 이들이 시즌 2가 끝나가는 현 시점까지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시즌 1 결승전의 주제가 너무 두루뭉술하기도 해서, (마치 우리가 자소서를 쓸 때처럼 설명만 잘 한다면) 사실상 무한 자유 주제 대결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이는 만장일치여야 끝나는 결승전의 룰 상, 일부러 넓게 잡아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두 결승전 모두 단판승으로 끝나버렸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어졌지만 말이다.

 시즌 2의 주제는 '나를 위한 요리'로 바뀌었다. 시즌 2가 계속해서 시즌 1의 변주와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도, 전체적으로 시즌 1에 비해서 더 좋은 방향으로 기획을 잘 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결승전까지도 동일한 느낌을 받았다. 결승전답게 두 진출자의 인생을 조명할 수 있으며, 동시에 시즌 1처럼 자유 주제에 가깝게 표현할 수도 있는 주제라서, 그들이 원하는 음식을 선보이기 좋았다고 생각한다. 회차 공개 편성도 그렇다. 시즌 1에서 세미파이널인 11화와 결승전인 12화가 같은 분량으로 연달아 공개되며 비교적 결승전이 묻히게 되었던 것에 비해, 이번 시즌 2에서는 결승전만 따로 방영하는 방식으로 결승전에 더욱 집중될 수 있도록 했다.

주제인 '나를 위한 요리'를 듣고

 '나를 위한 요리'라는 주제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과연 요리사들은 평소에 나를 위한 요리를 많이 할까?'였다. 물론 요리를 만들고 배우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나의 요리 실력을 키워주는 수련과 같기 때문에, 넓게 보면 나를 위한 요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좁은 의미에서 바라볼 때는 아마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안된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결국 일이 되고 나서는 그것을 온전히 즐기는 일이 정말 많이 없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직후 이어진 요리사들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조명되었다.

 다음으로는 만약 어울리지 않는 재료나 기법이 사용되었을때, 그걸 참가자가 '내가 좋아해서 넣었다'라고 한다면, 이전 라운드들과 달리 '나를 위한 요리'라는 측면에서 과연 감점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잠깐 생각해 본 결과 '기준은 어찌됐건 심사위원이 되어야 된다'로 귀결되었지만,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한번 짧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후에 최강록 씨의 음식을 먹으며 안성재 씨가 두부 식감에 대해서 한 문답을 보면, 안성재 씨도 주제를 듣고 같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순대 없는 순대국과 안 조리는 조림핑

 순대국을 만든다고 하고는 주 재료인 순대부터 해체해서 만든 요리괴물(이하성)과 조림핑이지만 나를 위해서 조림을 선택하지 않은 최강록.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서바이벌의 결승까지 올라온 사람들인만큼 남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둘 다 자기 주종목은 이미 이전 회차들에서 많이 보여주기도 했고, 심지어 최강록은 마치 시즌 1의 세미파이널을 대비한 듯, 무한 요리 천국에서 조림을 이용한 인생 요리를 사실상 한 번 보여줬기 때문에, 방송 서사적으로도 변주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최강록 씨가 이런 부분을 아주 민감하게 잘 캐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그 나름의 유니크한 호흡조차도, 어느 정도는 의도된 것이라고 믿는다.

 요리괴물의 순대국 요리 과정을 봤을 때는 에드워드 리의 떡볶이나 비빔밥이 생각나며 '과연 안성재 씨가 이걸 순대국이라고 인정해줄까?'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순대는 종류 자체가 엄청 많은, 사실상 K-소시지의 통칭이기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요리에 내장도 꽉꽉 들어가며 누가봐도 순대국(혹은 내장탕)에 가까운 모습이 연출되었다.

3년전에 이미 완성된 최강록의 깨두부

 반면 최강록 씨는 오랜 시간을 들여 깨두부를 만들었다. 요리괴물은 요리 과정을 보며 방향성이 걱정됐다면, 최강록 씨의 경우 저게 무슨 요리인지 도통 감이 안와서 그저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요리는 우동국물과 최강록이 좋아하는 가쓰오부시로 육수를 낸 국물요리였다. 맛을 상상해봤을 때는 개인적으로 최강록의 음식이 더 입맛에 맞을 것 같았다.

가쓰오부시는 내 친구

결승전은 결승전의 서사가 있다.

 결승전을 단 한 편만 편성한 것은 나름의 도전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결승전이 시즌 1처럼 단판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제작진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결승전의 주인공들을 좀 더 조명해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결승전에 오른 둘은 방송 내적으로도 매우 강한 캐릭터들이었다. 한쪽은 강한 인터뷰 스킬을 보여주면서 악역을 자처한 젊은 피, 그리고 한쪽은 이미 어느정도 증명을 한 베테랑이면서도, 시즌 1에 이어 재도전을 한 업계의 스타. 이들이 결승에 올라온 것은 제작진들 입장에서도 상당히 기쁜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어느정도 편집의 힘으로 그들의 캐릭터와 서사를 점차 쌓아온 것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특히 요리괴물의 캐릭터는.

 마지막 요리에 대한 설명도 대비됐다. 요리괴물은 자신에게 '더 노력해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한 반면 최강록 씨는 '수고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자신에게 엄격한 도전자. 잘하는 척을 해야만 했던, 이미 한 번 무언가를 이루어 본 우승자. 그 둘의 서사는 서로 다르면서도 보는 시청자들이 각자의 인생에서 한번씩은 겪어봤을 법한 것이라서, 더욱 가치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마음을 움직였던 건, 최강록 씨의 어니스트(안성재 톤으로)였다.

시즌 총평

 완전히 같은 포맷이었던 첫 라운드를 제외하고는 모든 회차가 시즌 1보다 좋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즌 1의 첫 라운드가 예능적으로 재밌었던 건 비빔대왕 같은 소위 말해서 '쇼미더머니 1차' 느낌의 참가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미 캐스팅부터 어느정도 방향성을 다르게 잡았던 것 같다. 실제로 이번 흑 요리사들은 거의 백 요리사에 준하는 실력자들이 많이 나와서 이런 어그로성 캐스팅에 한 자리를 쓰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시즌 1에서 다소 비판을 받았던 팀전이나 패자부활전을 개선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봤을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역시 4라운드의 2인 1조 대결과 곧바로 이어지는 1:1 사생전이었다. 그 누가 올라와서 같은 팀이 됐더라도, 드라마를 쓰기에 너무 좋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최강록의 '나는 특별한 요리사는 아니지만 운이 좋았다'는 말(서바이벌 2회 우승을 하며)과 함께 100인의 도전자들을 조명하는 엔딩까지, 마치 대서사의 막을 내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백종원 씨의 논란을 생각해도 그렇고, 시즌 3가 진행된다면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제는 글로벌로 나가지 않을까하는 느낌이 들었다. <피지컬: 100>과 같은 사례도 이미 있으니 말이다.

 시즌 3를 기대합니다.

 

<흑백요리사> 시리즈를 보면서 생각한 요리 서바이벌의 장점

흑백요리사2를 보며 가 이제 단 한편만을 남기고 있다. 최근 TV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챙겨보는 출신 쉐프들도 나오고, 관련 컨텐츠들도 많고, 시즌1도 재밌게 봤다보니, 시즌2도 역시나 나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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